자연의 미학을 그대로 담은 '본태 박물관'
l 본래의 형태 : 빛, 물, 노출콘크리트 : 안도 다다오 l
박물관에 설치되어 있는 작품들도 있지만, 건축물이 더욱 유명 한 곳, 바로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본태 박물관'입니다. 안도 다다오(타다오 안도)는 1941년 태생의 일본 건축가로, 노출콘크리트 건물에 빛과 물을 정적으로 조합한 건축물의 설계로 유명하다. 우리나라에는 원주 뮤지엄산 등 꽤 많은 건축물이 있습니다. 이 번에 소개하는 건축물은 제주도에 위치하고 있는 건축물로 노출콘크리트, 빛, 물의 조화를 볼 수 있는 건축물 "본태 박물관(bonte museum)"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건물 자체로도 하나의 예술 작품과 같아 보러 갈 가치가 충분한 본태 박물관에는 세계적 설치 미술가 '쿠사마 야요이'의 상설 전을 비롯해 다양한 전시회가 열린다. 이곳이 특별한 또 하나의 이유는 현대미술품 전시와 더불어 설립자가 30년간 정성스레 수집한 전통공예 전시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본태박물관의 의미는 本態, 즉 본연의 모습이란 뜻으로 인류의 문화적 소산에 담긴 본래의 아름다움을 탐구하기 위해 2012년 설립되었다고 합니다. 주 전시는 전통과 현대의 공예품을 통해 인류 공통의 아름다움을 탐색함을 목적으로 우리나라 전통 수공예품의 아름다움을 보다 많은 분과 공유하고자 하는 바람으로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안도 다다오의 건축은 기하학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경사진 대지의 성격을 거스르지 않고 공간적으로 조화를 이루기 위해 다른 높이에서 만나는 삼각(gallery1)과 긴 사각 마(gallery2)를 가진 두 개의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정사각형, 직사각형의 공간의 단순하고 딱딱한 기하학적 요소의 매스를 감하는 방식, 더하는 방식, 상충의 방식으로 구성하여 공간의 리듬감을 부여해 주고 이러한 요소들이 만들어 내는 각각의 다양하고 공간을 하나의 공간으로 엮어내고 있습니다.
박물관 설계의 특성상 주어진 경로에 따라 움직이면서 시각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장면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하지만 하나의 공간에서 마주하는 하나의 시각적인 경험이 아닌 신체의 움직임에 의해 하나의 공간이 다양한 공간으로, 다양한 시점으로의 변화를 만들어 내기 위해 인위적으로 동선을 조작하거나 길게 늘이는 방법을 택함으로 의도적으로 다양한 시퀀스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본태박물관은 효율적인 동선이기보다는 미로와 같이 복잡하고 구불구불한 동선입니다.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을 강조하는 안도 다다오의 건축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먼 길을 돌아가기도,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도 하는 동선은 일반적인 시선에서는 다소 비효율적인 동선이지만 안도 다다오는 이 동선 속에서 박물관의 곳곳을 거닐고 느끼며,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게 하고 다음 장면을 예측할 수 없도록 의도적으로 가려진 미로와 같은 길을 따라가면서 앞으로 펼쳐질 상황에 대해 관람객의 상상력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일본 출신 건축가인 안도다다오, 작은 공간에서도 스토리를 있는 동선, 공간을 만들어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동선을 분절, 결합하여 회유 동선을 만들고 동선의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자연이나 공백을 삽입하여 소우주의 공간을 연출하고, 공간과 공간을 연결하는 동선을 의도적으로 틀어 앞의 광경을 예상할 수 없도록 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 일본의 전통 건축 양식적인 공간 기법이 자연스럽게 녹아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안도 다다오는 전시 콘텐츠에 맞게 건축 요소에도 전통과 현대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박물관을 만드는 것에 중점을 두었고 그 의지로 반영된 전통 담장 길은 왼편에 두고, 오른편은 바람에 따라 흐르는 물을 감상하며 사색을 경험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또한 양쪽의 통로를 통한 바람의 이동에 따라 물 위로 바람과 빛의 움직이 투영되어 연출되기도 하고, 안정되고 고즈넉한 풍경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얕은 구조를 통해 조용히 흐르는 물을 구현시켜 건축적으로 관람객이 공간에 도달하기 전 건축물과 주변 환경을 구분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즉, 물은 변화하는 자연의 속성을 담고 있으며, 자연, 건축, 인간의 관계 속에서 서로 조화롭게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로, 장소성을 나타내고, 외부공간으로의 조망을 위한 공간을 만드네기도 하며, 공간의 흐름, 동선의 흐름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내부에서는 다소 투박한 노출콘크리트 마감 위에 절제되어 비치는 빛을 공간 곳곳에 투영시켜 공간에 풍요로움과 쾌적함을 제공하며 콘크리트가 만들어 내는 차갑고 조용한 공간의 벽에 빛이 비치어지며 부드러우면서도 투명한 공간을 연출하고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그림자의 어둠과 빛의 대비를 통해 공간을 디자인하고 있습니다.
긴 미로 공간, 동선은 자칫 지루함을 느낄 수 있지만 안도 다다오는 공간 사이사이에 동선을 연속시키고 단절시켜 주는 공백의 공간을 만들어 이를 ‘정념의 공간’이라고 하였다. 정념의 공간은 건물과 자연을 연결하는 통로로서 중정, 광장, 테라스, 계단 등으로 표현되며 건물의 내부와 외부를 연결함으로 빛, 물, 바람, 하늘, 나무, 풍경 등의 다양한 자연 요 소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도록 하였습니다. 공백의 공간 중 하나인 중정을 통해 자연, 빛을 건축 내부로 끌어들여 공간의 무한한 확장성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로 같은 길의 끝에 명상의 방을 만나게 됩니다. 전시를 관람하는 동선도 이곳까지 찾아 들어오는 길도 모두 미로처럼 복잡하지만, 박물관의 미로들을 통해 다다른 <명상의 방> 속에서 자신이 느낀 것과 생각한 것들을 모두 정리하고 나갈 수 있길 바라는 건축가의 의도가 담겨 있습니다.
안도 다다오가 제주의 자연환경에 대해 이렇게 얘기합니다. “제주도는 자연의 힘이 결코 만만치 않은 곳입니다. 한국 남단의 최고봉인 한라산이 중앙에 위치해 있고 용암이 여기저기 굳어 노출되어 있는 화산섬, 게다가 바람 또한 강하게 불어 나무도 잘 자라지 못할 정도입니다. 박물관 건축 설계 시 울창하고 푸르른 주변 환경과 건물의 조화를 위하여 끊임없는 현지 조사와 건물의 효율적인 배치와 동선을 심사숙고하여 이와 같은 건축물을 계획하게 되었습니다.”
건축 공간 자체로서의 구성이나 미학적 관점도 중요하지만, 그 사실에 매달려 집착하다 보면 “건물이 어디에 있는가”를” 잊어버리는 독단의 결과를 낳게 된다고 말합니다. 또한, 한 지역의 랜드마크라는 수식어를 가진 건축물처럼 단순한 건물의 존재 이유 외에 자연, 문화적 특성과 같은 장소의 특징을 끌어들여 건축 환경이라고 부를 수 있게끔 건축물 주위의 환경에 대해 깊이 있는 고민을 통해 설계에 반영하고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연 그 자체와 친해지기보다는 건축을 통하여 자연의 의미를 변화시키기를 희망합니다.
그것은 건축이 자연을 추상화시키는 작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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